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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시리즈

먼저 경계를 그은 사무소가, 먼저 간다

"도구를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일을 다시 짰는가." IP 조직의 AX, 신입과 시니어의 경계가 다시 그어지는 사무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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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트인텔리전스
Jul 14, 2026
먼저 경계를 그은 사무소가, 먼저 간다
Contents
기술 리서치 AX 시리즈 3회경계를 그어야 다음으로 갈 수 있습니다시니어의 권위는 어디에서 다시 세워지는가경계가 또렷한 사무소가, 결국 더 빨리 갑니다다음 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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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지식재산뉴스에 기고한 워트인텔리전스 윤정호 대표의 글 전문입니다.

저자: 윤정호 (워트인텔리전스 대표이사 변리사·미국변호사·지식재산의 룰을 바꾸는 설계자) 워트인텔리전스를 창업해 IP 데이터 인프라(키워트, keywert)와 AI 기술을 결합한 인텔리전스 플랫폼(keywert insight)을 만들고 있습니다. 3,000여 곳의 기업·기관과 함께한 경험과 1억 7천만 건 규모의 특허 원문 정제 과정에서 본 IP 산업의 변화를 이 시리즈에 담습니다.

기술 리서치 AX 시리즈 3회

지난 글의 끝에서 한 가지를 예고 드렸습니다. 사무소 안에서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일이라는 이야기. 이번 글이 그 이야기입니다. 먼저 한 장면을 소개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지난봄, 한 중견 특허법인의 파트너 변리사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도구를 도입하기 전에는 신입이 가장 먼저 출근했습니다. 도입하고 나서는 신입이 가장 늦게 퇴근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곧바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하신 말씀이 본질이었습니다. “검색은 모델이 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들여다보고 어느 후보를 끝까지 따라갈지 정하는 일은, 신입이 시니어 옆에서 배워야 하는 일이 됐습니다.” 이 장면이 IP AX의 두 번째 국면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도구가 들어온 뒤에 사무소가 다시 짜야 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고, 그 일을 다시 짜는 속도가 사무소의 다음 1년을 가른다는 것.

경계를 그어야 다음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도메인 특화 모델이 한 사무소에 정착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업무가 있습니다. 검색식을 짜고, 후보 문헌을 1차로 추리고, 표로 정리하는 업무입니다. 신입 변리사가 입사 후 첫 1~2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쓰던 업무이기도 합니다. 이 업무가 사라지면 사무소에서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면 신입은 무엇으로 배웁니까.” 이 질문 앞에서 멈춰 있는 사무소가 적지 않습니다. 1년이 넘도록 도구만 깔아둔 채, 신입 교육 체계도, 시니어의 검토 흐름도 예전 그대로 두는 곳을 자주 봤습니다.
도구는 들어왔는데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이니, 도입 효과는 사라지고 도입 비용만 남습니다. 그러다 결국 "AI는 우리 업에 맞지 않더라"는 결론을 냅니다.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AI에게 맡길 업무와 사람이 지킬 업무를 가르는 작업을 미뤄둔 결과입니다. 먼저 움직인 사무소들은 반대로 했습니다. 검색식을 짜는 업무가 사라지자, 청구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신입과 시니어가 이야기하는 시간을 정식 업무로 올렸습니다. 
표를 정리하는 업무가 사라지자, 후보 문헌 중 어떤 것을 의견서에 인용할 것인가를 두고 토론하는 시간을 정식 업무로 올렸습니다. 모두 원래부터 있던 업무였습니다. 다만 단순 작업에 가려져 누구의 업무인지 분명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도구가 그 가림막을 걷어내자, 사무소는 다시 짤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기회를 잡은 곳과 흘려보낸 곳의 차이가, 지금 격차가 되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입의 성장 곡선도 같이 움직입니다. 예전에는 검색식을 충분히 짜본 뒤 3년 차쯤 청구항 해석으로 넘어갔습니다. 먼저 움직인 사무소에서는 1년 차에 이미 시니어의 판단을 옆에서 봅니다. 빠른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5년이 지났을 때, 두 사무소의 신입이 갖춰둔 무기는 같지 않습니다.

시니어의 권위는 어디에서 다시 세워지는가

신입의 일이 바뀌면, 시니어의 일도 따라 바뀝니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가장 많습니다. 도구가 검색을 대신해주니 시니어의 경험이 덜 필요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현장은 정반대입니다. 도구가 후보를 빠르게 추려줄수록, 그중 어느 것을 끝까지 따라갈지 정하는 판단의 무게는 커집니다. 100건의 후보를 30건으로 줄이는 일은 모델이 잘합니다. 그 30건 중 의견서에 인용할 3건을 정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합니다. 그리고 그 3건을 어떤 논리로 엮을 것인가는, 시니어의 경험이 가장 빛나는 대목입니다. 먼저 움직인 사무소들이 공통적으로 한 일이 있습니다. 시니어 변리사가 후보를 좁히는 과정과 그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시니어의 머릿속에만 있던 판단 기준이, 사무소의 자산으로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자산이 다음 세대 변리사가 보고 배우는 교본이 되고, 또 다음번 모델이 학습하는 재료가 됩니다.  한 번 시작한 사무소는 두 번째 사이클부터 가속도가 붙고, 시작하지 못한 사무소는 계속 처음 자리에 머무릅니다. IP AX가 한 번의 도입이 아니라 누적되는 흐름이라는 의미가, 이 대목에서 가장 분명해집니다.

경계가 또렷한 사무소가, 결국 더 빨리 갑니다

지난 글에서 한 번 말씀드린 문장을 한 번 더 적습니다.  권리를 다루는 업무에서 마지막 판단은 사람의 몫입니다. 흔들려서도 안 됩니다. 도메인 특화 모델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의견서의 한 줄을 책임지는 사람은 변리사입니다. 의뢰인 앞에서 결론을 설명하는 사람도 변리사입니다. 이 규범은 AI가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규범이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역설이 있습니다. 사람이 책임지는 자리가 분명할수록, 그 앞단의 단순 업무는 더 과감하게 모델에 맡길 수 있습니다. 경계가 또렷한 사무소는 도구를 더 깊이 쓸 수 있습니다. 깊이 쓸수록 다음이 더 빨리 시작됩니다. 반대로 경계가 흐린 사무소는 도구를 얕게 쓰다가, 얕게 쓰는 동안 동료 사무소가 이미 두 사이클을 돌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IP AX의 본질이 여기에 있습니다. AI에게 일을 빼앗기는 것도, AI에게 일을 맡기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어디에서 책임지는지를 분명히 하고, 그 앞단을 빠르게 모델에 넘기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을 일찍 시작한 사무소만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지금 IP 업계의 시계는 그렇게 흘러갑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글에서는 사무소의 검색 기록이 한 사람의 흔적에서 사무소의 자산으로 바뀌는 과정을 다룹니다. 같은 의뢰인의 같은 사건을 다섯 명의 변리사가 다섯 번 검색하던 시절과, 한 번의 검색이 사무소의 다음으로 이어지는 시절. 그 사이의 변화를 함께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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