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식 검색, 왜 어려울까?
화학 특허를 다루는 실무자의 하루는 대개 이렇게 흘러갑니다. 검색어를 이리저리 짜맞추고, 나온 결과의 명칭을 하나씩 손으로 대조하고,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결국 문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습니다. 화합물이 많은 특허일수록 이 과정은 더 길어지죠. 찾고 싶은 것은 분명 '구조'인데, 정작 입력할 수 있는 것은 키워드뿐이기 때문이죠.
화학 특허 검색 AI를 써도 왜 잘 안될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구조식은 글자가 아닙니다.
특허 속 화학 구조식은 대부분 도면 이미지 형태로 실려 있습니다. 벤젠 고리, 곁가지, 결합 방식이 전부 그림으로 그려져 있을 뿐 텍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한 키워드 검색이라도 애초에 이 정보를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눈으로 구조를 확인하고 손으로 옮겨 적어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같은 물질에 이름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의 화합물은 IUPAC명, 관용명, 상품명, 분자식, InChIKey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표기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존 검색 방식 대부분이 문자열을 있는 그대로 비교한다는 것이죠. 표기가 한 글자만 달라도 시스템은 이를 완전히 다른 물질로 취급해 버립니다. 그러니 실무자는 같은 물질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번 대조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셋째, 완전히 같은 것만 찾아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특허 회피와 침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동일한 화합물뿐 아니라 골격이 살짝 바뀐 변종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이는 문자열 일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유사도를 계산하는 문제이고, 일반적인 텍스트 기반 AI가 다루도록 설계된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정리하면, 화학식을 다루려면 ①이미지를 읽어내고 ②제각각인 표기를 하나의 구조로 이어 붙이고 ③구조 사이의 유사도까지 판단해야 합니다. 세 가지 모두 자연어 텍스트를 학습한 범용 AI의 사전 지식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능력이었죠. 그동안 화학 정보 검색이 전문 소프트웨어와 사람의 수작업 대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PlutoLM이 작동하는 keywert Chemistry는 왜 다른가?
변화는 '더 큰 언어모델'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르게 학습된 언어모델'에서 시작됐습니다. 워트인텔리전스는 keywert Chemistry를 만들면서 범용 AI를 화학에 맞게 손보는 대신, 화학·특허 도메인에 맞춰 처음부터 학습시킨 LLM을 직접 구축했습니다. 1.7억 건의 특허를 11단계의 AI-Ready Data 파이프라인으로 정제하고, 여기서 나온 3,000억 건 이상의 특허 문장으로 모델을 학습시킨 것이 국내 최초의 '프롬 스크래치' 화학 도메인 LLM, PlutoLM-2.0입니다. 이 모델은 트릴리온랩스(Trillion Lab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완성됐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엔진 위에서, keywert Chemistry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벽을 각각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이미지를 읽습니다: 구조식 이미지나 분자식을 그대로 입력하면 AI가 이를 인식해 원하는 화합물을 검색합니다. 도면으로만 존재하던 정보가 처음으로 검색 가능한 데이터가 된 셈이죠.
표기를 하나로 잇습니다: 자연어, 이미지, IUPAC명·InChIKey·분자식, 그리고 구조를 직접 그리는 구조 에디터까지—입력 형식이 무엇이든 결국 하나의 화합물 구조로 연결해 인식합니다. 화합물 이름을 몰라도, 표기 방식이 헷갈려도 검색이 끊기지 않습니다.
비슷한 구조까지 살핍니다: 검색 결과에서 문헌 내 화합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골격이 변형된 변종까지 교차 탐색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같은 물질만이 아니라 회피·침해 판단에 실제로 필요한 범위까지 시야를 넓힌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keywert Chemistry는 검색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매칭된 특허에 곧바로 질문하면 근거 원문과 함께 답이 돌아오고, 하이라이팅을 클릭하면 문헌 내 위치를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 Agent에 이어서 질의하며 특허를 더 깊이 이해하고, 다음 검색 방향까지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검색은 끝이 아니라 판단의 시작이라는 것, 이것이 keywert Chemistry가 지향하는 지점입니다.
숫자로 확인한 압도적 차이
keywert Chemistry는 실제로 이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같은 문헌·질의를 놓고 비교한 평가에서, 화합물 로직을 적용했을 때 상위 1,000건 안에서 정답 문헌을 찾아내는 비율은 적용하지 않았을 때 보다 16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원하는 문헌을 아예 놓치는 게 아니라, 훨씬 앞쪽 순위에서 만나게 된다는 뜻이죠.
이 차이는 모델 하나만 잘 만든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표기가 달라도 같은 물질로 알아보고, 질문에서 물질과 조건을 구분해 읽고, 문헌 속 화합물 정보를 서로 이어주는 과정이 함께 갖춰져야 하죠. 그 결과 특허 문헌에서 화합물을 추출하는 과제에서도 PlutoLM-2.0은 비교 범용 모델보다 물질 누락률을 낮추고, 평균 처리 시간을 42% 단축했습니다.
이 정확도와 속도는 우연이 아닙니다. PlutoLM-2.0은 무작정 크게 만든 모델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모델입니다. 더 근본적인 차이는 이 모델이 애초에 무엇을 배우며 만들어졌는가에 있습니다. 특허 데이터를 배우기 훨씬 전부터 분자·단백질·유전체 같은 과학 데이터를 폭넓게 학습하며 화학과 생명과학의 기초를 다졌고, 관련 의학·과학 분야 평가에서도 이미 상위권 성적을 확인했습니다(트릴리온랩스 정보 제공). 특허 문장만 외운 모델이 아니라, 화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먼저 이해한 모델이라는 뜻이죠.
화학식을 위해 만들어진 AI
범용 AI가 화학식을 읽지 못했던 이유는 애초에 그렇게 학습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제 가능해진 이유는 처음부터 화학식을 위해 학습된 AI, PlutoLM-2.0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모델과 데이터와 서비스를 한 곳에서 다루며 실무에서 얻은 피드백이 다시 모델 학습으로 돌아가는 구조. 이 구조 위에서, 워트인텔리전스 PlutoLM-2.0 모델의 정확도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