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지식재산뉴스에 기고한 워트인텔리전스 윤정호 대표의 글 전문입니다.
💡
저자: 윤정호 (워트인텔리전스 대표이사 변리사·미국변호사·지식재산의 룰을 바꾸는 설계자) 워트인텔리전스를 창업해 IP 데이터 인프라(키워트, keywert)와 AI 기술을 결합한 인텔리전스 플랫폼(keywert insight)을 만들고 있습니다. 3,000여 곳의 기업·기관과 함께한 경험과 1억 7천만 건 규모의 특허 원문 정제 과정에서 본 IP 산업의 변화를 이 시리즈에 담습니다.
기술 리서치 AX 시리즈 2회
지난 글의 마지막에 한 가지를 약속드렸습니다. 도메인 특화 모델이 실제 조직에 자리 잡는 운영의 결, 그리고 그 성과를 무엇으로 가늠할 것인가. 이번 글이 그 자리입니다.
다만, 약속을 풀기 전에 짚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난 글이 나간 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어떤 모델이 좋은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시작점의 문제였습니다. 이 질문 앞에서 같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단위가 작아야, 첫 발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글에서 조직마다 다른 결을 만들고 있는 이유가 ‘AX의 단위’에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단위가 실제로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한 발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조직들이 잡았던 첫 단위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선행기술 조사 한 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의뢰 접수, 청구항 분석, 검색, 결과 정제, 1차 리포트. 이 한 사이클이었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먼저 한 일도 도구 도입이 아니었습니다. 이 한 사이클안에서 어디에 시간이 가장 많이 새는지를 정직하게 측정하는 일이었다고들었습니다. 측정결과가 의외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가장 무거운 단계는 검색 그 자체가 아니라, 검색 결과 중 어느 것을 깊이 봐야 하는지판단하는 자리였다는 것입니다.
이 발견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도메인 특화 모델은 사람을 대신해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변리사의 판단을 위한 재료를 정제하는 자리에 놓였습니다. 모델이 후보를 추리고, 변리사가 마지막 판단을 합니다. 권리를 다루는 업무에서 끝의 자리는 사람의 것입니다. 흔들려서도 안됩니다. 작아 보이지만 이 한 단계가 변화의 시작이 되는 듯합니다. 손에 잡히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가 다음 단위로 넘어갈 명분이 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첫 단위를 고르는 세 가지 결
월요일 아침에 첫 단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봐야 하는가. 작동한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주 반복되는 업무여야 했습니다. 분기에 한 두 번 발생하는 업무는 효익이 커도 단위로 부적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매주, 매일 반복되어야 변화가 누적되었습니다. 결과 품질을 변리사가 검증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AI의 결과를 한눈에 검증할 수 있어야 신뢰가 쌓였습니다. 검증할 수 없는 자리에 AI를 두면 쌓이는 것이 신뢰가 아니라 의심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단위가 끝났다는 신호가 명확해야 했습니다. ‘검색 결과 상위 20건 추출’은 끝이 있습니다‘. '검색을 더 잘하기’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는 단위라야 다음 단위로 넘어 갈 발판이만들어졌습니다.
이 세 결로 추리면 대부분의 IP 조직이 비슷한 후보 앞에 서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행기술조사 상위 후보 정제, 의견서의 인용문헌 매칭, 무효 자료의 청구항 단위 비교. 어쩌면 이미 머릿속에 떠올리고 계신 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
도메인 특화 모델이 조직에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도구가 깔린 날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도구를 쓰지 않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사무소의 절반을 넘긴 날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 자리에 도달하려면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하는 듯 합니다.
"검증 가능한결과물이매일누적 될 것”
"이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가”라고 물었을 때 답을 추적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검색을 다른 사람이 다시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
재현성이 없는 검색은 권리 업무의 인프라가 되기 어렵습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시스템 안에 남을것.
누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판단으로 그 결과를 채택했는지가 기록안에서 추적되어야 합니다.
이 셋은 도구의 기능이 아니라 운영의 속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도구를 도입하느냐보다 어떤 운영의 결을 짜느냐가 자리 잡음의 결을 가르는 것 같습니다.
무엇으로 가늠할 것인가
성과를 무엇으로 가늠할 것인가. 가장 흔한 답이 ‘시간 단축’입니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익의 결이 옮겨가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처음에는 시간 단축이 보입니다. 한 건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도입의 명분이 되는 자리입니다.
다음에는 품질의 일관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같은 업무를 했을 때 결과의 편차가 좁혀집니다. 신입과 시니어의 격차, 같은 변리사가 월요일과 금요일에 내놓는 결과의 편차가 줄어듭니다. 가늠하기 어렵지만, 사무소의 자리에 더 직접 닿아있는 결입니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은 업무 범위의 확장입니다. 같은 인력으로 다룰 수 있는 업무의 양과 종류가 늘어납니다.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매출이 따라오는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세 결은 순서대로 오는 것 같습니다. 첫 결을 건너뛰고 다음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첫 단위에서 시간 단축을 정직하게 가늠하는 일이, 작아보여도 가장 중요한 일이 됩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글에서는 사무소 안에서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이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자리라는 결을 다룹니다. AI에게 맡길 자리, 변리사가 지켜야 할 자리. 시니어와 신입 사이에서 옮겨가는 무게의 결을 함께 들여다 봅니다.